‹

내 찌개에 별 네 개만 주는 시청자의 정체

2화
내 찌개에 별 네 개만 주는 시청자의 정체 2화 사진 1

문이 닫히자 복도 소음이 뚝 끊겼다. 대기실 안은 전구 열기 때문에 조금 더웠다.

강이현은 소파 앞 낮은 탁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나는 통을 거기 내려놓았다.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났다. 그가 재빠르게 화장대로 가서 수첩을 덮었고, 나는 그 손을 똑똑히 봤다.

당신이 맞은편이지. 왜 내 찌개를 훔쳐 먹어. 무슨 속셈이야. 복도에서 수십 번 고쳐 쓴 문장들이 머릿속에 줄을 서 있었다. 그중 어느 것도 나오지 않았다.

"왜 별 네 개예요."

첫마디가 그거였다. 나도 내가 한심했다.

강이현이 눈을 깜빡였다. 부정할 줄 알았다. 무슨 소리냐고, 그 잘생긴 얼굴로 태연하게 잡아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탁자 위의 통을 내려다보더니 귀 뒤를 긁었다.

그런 몸짓은 처음 봤다. 석 달 동안 카메라 앞에서 온갖 표정을 다 봤는데도.

"다섯 개 주면 고칠 게 없어지잖아요."

"네?"

"그럼 글을 못 쓰니까."

"그게 왜 문제인데요."

대답이 없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통 뚜껑을 열고, 숨겼던 숟가락을 다시 꺼내 국물을 떴다. 내가 눈앞에 시퍼렇게 서 있는데 한 숟갈을 천천히 삼키기까지 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물이 좀 많네요."

"지금 그 얘기가 나옵니까?"

"앉아요. 서 있으면 더 화나 보여요."

"화났습니다."

"알아요."

나는 앉지 않았다. 그는 또 한 숟갈을 떴다. 국물을 먹을 때 그는 눈을 잠깐 감았는데, 그 얼굴이 방송에서 내 도발을 받아칠 때와 전혀 달라서 나는 쓸데없이 그걸 끝까지 보고 말았다.

"대답하세요. 글을 왜 쓰는데요."

"그건 나중에요."

"나중 언제요."

강이현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드디어 눈꼬리에 평소의 그 웃음이 돌아왔다. 돌아온 게 이렇게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별 다섯 개 받는 날이요. 민혁 씨 찌개가 진짜로 고칠 데가 없어지면, 그날 말할게요."

"장난합니까."

"내기하시죠. 이기면 다 알려 드릴게요."

"제가 지금 나가서 소문을 내면요. 강이현이 남의 찌개를 석 달 훔쳐 먹고 익명으로 별점을 매긴다고."

"그러세요."

그가 턱을 괴었다.

"그럼 류민혁 찌개가 왜 갑자기 맛있어졌는지도 같이 나가겠네요. 봉금자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까. 맞은편 조리대 사람 댓글 보고 간을 맞췄다고 하면."

숨이 턱 막혔다. 반박할 말을 찾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갔다. 내가 소금을 줄인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는 물을 수도 없었다. 저 사람은 먹어 봤으니까. 매주, 나보다 더 정확하게.

"통은 왜 안 돌려줬어요."

겨우 나온 말이 또 그거였다. 그가 화장대의 통들을 돌아봤다.

"돌려주면 변 씨가 내 심부름을 하는 게 들통날까 봐요. 그리고 그, 잘 말라서요."

"제 찌개는 왜 먹는데요? 대기실에 도시락 다 들어오잖아요."

"배고파서요."

그는 또 귀 뒤를 긁고 있었다. 왜 그 손이 자꾸 그리로 가는지, 그때는 별생각 없이 넘겼다.

내 찌개에 별 네 개만 주는 시청자의 정체 2화 사진 3

똑똑, 소리와 문 열리는 소리가 같이 났다. 그런 노크를 하는 사람은 이 건물에 한 명뿐이다.

"이현 씨, 잠깐 나 다음 주 건으로... 어?"

〈맞불 부엌〉의 도재춘 PD였다. 마흔넷, 눈 밑은 까맣고 손엔 언제나 대본 말아 쥔 몽둥이. 그 뒤로 오세라 씨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 찰나에 강이현의 발이 움직였다. 탁자 밑으로 찌개 통을 슬쩍 미는 동작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신인상을 왜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그 옆에 뻣뻣하게 서서 빈손을 어디 둘지 몰랐다.

도 PD의 시선이 나와 강이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그 까만 눈 밑에 서서히 생기가 돌았다.

"둘이 뭐 하고 있었어?"

"싸우고 있었습니다."

"대사 맞춰 봤어요."

또 동시였다. 이번엔 내용까지 달랐다. 오세라 씨가 대본으로 입을 가렸다.

"좋아, 좋아, 안 그래도 찾으러 다녔는데 잘됐네. 내가 오늘 분당 그래프를 봤거든? 사람들이 요리를 안 봐. 두 사람 싸우는 걸 봐. 그래서 다음 주부터 두 주는 특집이야. 이름 지었어, 앙숙 한 냄비."

"한 냄비요?"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조리대 하나, 냄비 하나. 둘이 같이 끓여서 같이 심사받아. 재밌겠지? 칼은 하나만 줄까 생각 중이야."

"그건 안 됩니다. 이 사람 칼 쥐면 다칩니다. 저도 다칩니다."

"그러니까 재밌잖아!"

항의는 대본 몽둥이에 가볍게 튕겨 나갔다. 계약서에 특집 협조 조항이 있다는 말과 함께 도 PD는 신이 나서 복도로 사라졌다. 따라 나가던 오세라 씨가 문틈에서 돌아보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근데 여기, 찌개 냄새 나지 않아요?"

나는 천장을 봤다. 강이현은 거울을 봤다. 오세라 씨는 아주 작게 웃고 문을 닫았다.

침묵 끝에 강이현이 탁자 밑에서 통을 꺼내 뚜껑을 닫았다. 조금 식어 있었다.

"제가 칼을 진짜 못 쥐는 건 아시죠."

"전국이 압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망하겠네요. 같이."

나는 대답 대신 앞치마 끈을 잡아당겼다. 나가면서 문손잡이를 쥐는데 등 뒤에서 또 숟가락 소리가 났다. 저 사람은 이 상황에 그걸 끝까지 먹고 있었다. 왠지 화보다 먼저 다른 감각이 왔다. 내가 끓인 걸 저렇게 먹는 사람을 어머니 가게 밖에서 본 적이 있었나, 하는.

바로 고개를 흔들어 털었다. 저런 뻔뻔한 사람한테 내가 뭘.

돌아가는 차 안에서 구태오 형이 룸미러로 나를 봤다.

"너 얼굴이 왜 그래? 싸웠어?"

"형, 사람이 사람 찌개를 왜 석 달 동안 먹을까요."

"맛있으니까 먹지. 뭘 어렵게 살아."

그 간단한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창밖으로 강변 불빛이 길게 늘어졌다.

내 찌개에 별 네 개만 주는 시청자의 정체 2화 사진 5

열한 시 사 분에 글이 올라왔다.

집에 도착해 신발도 안 벗고 현관에 서서 새로 고침을 누르다가 봤다. 사람이 이렇게 한심할 수가 있나 싶으면서도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맞은편 님. 별 네 개.

"물을 한 국자만 덜 잡으세요. 그리고 들고 온 사람은 표정을 좀 푸세요. 찌개가 겁먹습니다."

아래에 다른 시청자들 반응이 벌써 달려 있었다. 들고 온 사람이 누구냐고, 이 양반 또 왔다고, 고정 코너냐고.

나는 현관 바닥에 주저앉았다.

석 달 동안 나는 이 사람에게 답글을 쓴 적이 없다. 답글을 쓰는 순간 지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내 이름으로는 지금도 못 쓴다. 그래서 그날 밤, 십 분을 고민해서 새 계정을 하나 팠다. 닉네임은 '소금반스푼'. 만들고 보니 내 자존심의 무게가 딱 그 정도였다.

"댓글로 말고 얼굴 보고 말하시죠."

올리자마자 후회했다. 지우려고 손가락을 뻗는데 숫자가 하나 올라갔다. 답글이었다. 일 분도 안 걸렸다.

"소금반스푼 님, 다음 주 특집에 칼 잡는 사람이 다치면 찌개도 못 끓입니다."

그리고 한 줄이 더 붙었다.

"일요일 저녁 일곱 시, 세트. 오시면 소금 말고 다른 얘기도 해 드립니다."

나는 신발을 신은 채로 그 글을 세 번 읽었다. 일요일은 세트에 아무도 없다. 경비 아저씨 말고는, 정말로 아무도.

이 사람, 나 싫어하는 걸까, 좋아하는 걸까.

그걸 알아내려면 가는 수밖에 없었다.

3화 이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