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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컴백곡 가사가 전부 내 얘기다

2화
내 컴백곡 가사가 전부 내 얘기다 2화 사진 1

안경을 콧등으로 내리는 데 3초쯤 걸렸다. 내 인생에서 제일 긴 3초였다.

이게 고백인가. 아니다. 안경 찾으시죠는 고백이 아니다. 안경 찾으시죠는 그냥 안경 찾으시죠다. 그 말을 하고 웃은 사람은 벌써 웃음을 거둬서 콘솔 페이더 끝만 만지고 있었다.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겨우 그렇게 물었다.

"말 못 합니다."

"왜요."

"아시면 그 노래 못 부르세요."

그건 맞는 말 같아서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복도로 나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두 잔 뽑았다. 돌아오는 길에 그가 문가에 기대 서 있길래 한 잔을 내밀었다. 그는 컵을 받고 내 손가락이 닿았던 자리쯤을 엄지로 슥 문질렀다. 아무 뜻도 없는 동작이었을 거다. 아마도.

"월요일 오전까지래요. 안 오면 사람 붙인대요."

"압니다."

"쓰실 수 있어요?"

대답 대신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늦봄 자판기 커피는 한 봉지 치고도 너무 달다.

월요일 아침 하늘소 레코드 회의실. 유한결은 면도를 하고 나타났고, 차민영 이사님은 인사 대신 태블릿을 돌렸다.

"석혁 작가 일정 받아 놨어요. 다음 주 수요일부터 비어요. 이틀이면 끝낸답니다."

석혁. 시상식에서 작사상을 세 번 받은 사람이다. 그 이름이 나오자 실장님 귤 까는 손이 멈췄고, 내 옆자리 사람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다만 무릎 위에 올린 손이 스웨터 밑단을 천천히 말았다.

"유 작가님. 끝이 왜 안 나옵니까."

"화자가 답을 몰라서요."

"작가가 정하면 되잖아요. 답을."

"그건 수정 불가입니다."

실장님이 작게 "어머" 했다. 이사님 눈썹이 일 밀리미터 움직였다. 회의실이 얼어붙는 걸 보고 있자니 내 입이 먼저 나갔다.

"제가 같이 볼게요."

세 사람이 동시에 나를 봤다.

"부를 사람이 알아야죠. 노래 속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 일정 비워 주세요. 작가님 옆에 붙어서 끝을 받아 낼게요."

이사님이 머릿속 일정표를 넘겼다.

"9일. 다음 주 수요일 자정까지. 그 뒤엔 석 작가 곡으로 갑니다."

나오는 길에 실장님이 내 팔을 꼬집었다.

"너 뭐 하는 거야? 네 일정이 내 일정이야. 왜 네가 작사가 옆에 붙어?"

"타이틀곡이잖아요."

"타이틀곡 때문이야?"

나는 대답 대신 빨간 펜을 고쳐 꽂았다. 실장님은 그걸 한참 쳐다보다 뭐라 말하려다 전화를 받았다.

약속은 복도 자판기 앞에서 정했다.

"취재라고 생각하세요. 끝이 안 나오는 건 그 사람 답을 몰라서라면서요. 저를 앞에 앉혀 놓고 물어보세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면 뭐라고 답할지. 저는 가수로서 의견을 드릴게요."

"가수로서요."

"네. 그 사람 얘기만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안 물을게요."

유한결은 졸린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졸린 사람처럼 보이는 눈인데, 일하면서 그 눈이 뭘 놓치는 걸 본 적이 없다.

"왜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앨범 안 나오면 제가 제일 손해예요."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전부가 아닐 뿐이지.

첫 취재는 그날 밤 B룸이었다. 그는 연필을 돌리며 묻고, 나는 소파에 앉아 답했다. 저쪽 유리 너머에서 마두식 엔지니어가 귤을 깠다.

"그 사람은 왜 설탕을 반 봉지만 넣을까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치과에서 혼났기 때문이다. 진짜 이유가 그거다.

"글쎄요. 작가님 생각은요?"

"단 걸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티를 내기 싫은 사람 같습니다."

연필이 멈췄다. 그가 가사지만 보고 말했다.

"한 봉지 다 넣으면 들킬까 봐요."

귀 끝이 뜨거워졌다. 치과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양치를 하다가 거울을 봤다. 왼쪽 귀에 펜이 꽂혀 있었다. 나는 서지완, 만 스무 살, 음정이 흔들리면 원인부터 찾는 가수다. 흔들리는 데는 원인이 있고, 원인은 실험하면 나온다.

펜을 뽑아 오른쪽 귀에 꽂아 봤다. 어색했다. 묘하게 신이 났다.

내 컴백곡 가사가 전부 내 얘기다 2화 사진 4

다음 날 오후 세 시, 보컬 부스.

오른쪽 귀는 펜을 받아 주지 않았다. 안경다리 위치가 다른지, 귀 모양이 다른지, 고개만 숙이면 펜이 굴러떨어졌다. 첫 번째는 보면대에 맞고 튀었다. 두 번째는 고음 들어가기 직전에 떨어져서 마이크가 다 받아먹었다. 토크백이 켜졌다.

"펜."

"죄송합니다."

세 번째로 떨어졌을 때는 주우러 숙이기도 전에 부스 문이 열렸다. 유한결이었다. 그는 말없이 펜을 주워 들고는 잠깐 내 양쪽 귀를 번갈아 봤다. 그러고 펜을 건넸다. 끝을 잡아서, 손이 닿지 않게.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신가 봐요."

"아뇨. 좋은데요."

"네."

그가 나갔다. 나는 펜을 들고 한참 서 있었다. 내 귀를 저렇게 쳐다보는 사람이 곁에 있었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그날 저녁 실장님은 나를 차에 태우고 룸미러로 물었다.

"너 어디 아파? 왜 자꾸 오른쪽 귀를 만져."

"실험 중이에요."

"뭘?"

"아직 말 못 합니다."

"미쳤나 봐, 쟤가 유 작가 말투를 하네."

가사지는 다음 날 아침에 왔다.

늦봄 B룸 문 아래로 밀어 넣은 봉투. 그는 이제 마지막 후렴만 빼고 전체를 매일 다듬어서 보냈다. 나는 커피를 올려 두고, 설탕을 반 넣고, 스틱을 접어 세운 다음 위에서부터 읽었다. 1절 그대로. 후렴 그대로.

2절 세 번째 줄에서 커피를 내려놨다. 어제까지 없던 줄이었다.

"오늘은 오른쪽에 꽂았다가
세 번 떨어뜨리는 사람"

어제 오후 세 시의 일이었다.

나는 가사지를 들고 창가로 가서 빛에 비춰 봤다. 뭘 확인하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연필 글씨는 작고 동그랬고, 여백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어제 저녁에 집에 가서, 혹은 A룸에 틀어박혀서, 내가 펜을 세 번 떨어뜨린 일을 노래에 넣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문 아래로 밀어 넣었다.

우연은 탈락이었다. 이건 남의 이야기를 내 습관에 빌린 게 아니다. 예전에 봐 둔 걸 쓴 것도 아니다.

이 노래는 지금 쓰이고 있었다. 지금의 나를 보면서.

심장이 고음 직전처럼 올라붙었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펜을 왼쪽 귀로 돌려 꽂았다. 고개를 숙여 봤다. 안 떨어졌다. 돌아오니 편했다.

그러니까 다음 질문은 이거였다. 진짜 습관을 쓰는 건 알겠고, 그럼 내가 없는 버릇을 만들어 내면 어떻게 될까.

나는 휘파람을 못 분다.

연습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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